도시공간에는 "사람"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간을 줄이는 급격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장기의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천천히 진행하는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정치인들이 외면하는 분야이죠. 오늘은 소개할 일본의 정책, 입지적정화계획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핫했던 연구 주제였음에도 정책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연구 소재로만 계속 사용되고 있습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은 일본이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일본판 콤팩트시티(compact city) 정책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압축도시"인데요.
“콤팩트시티를 고민해보자”라고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흔히들 하는 오해가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 도시를 하나의 중심부로 확! 집약시켜서 고밀도로 개발하고 외곽을 텅 비운다는 오해!
둘째, 압축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킨다는 오해!입니다.
오늘 저는 입지적정화계획을 설명드리면서 이 두 가지 오해를 풀고, 도시공간의 다이어트 방법으로 고민해보시라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첫 번째 오해, 도시를 하나의 중심부로 확! 집약시켜서 고밀도로 개발하고 외곽을 텅 비운다? 를 풀어봅시다.
입지적정화계획은 일본에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되어 온 국토정책입니다. "2014년"은 일본이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국토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한 기점이 되는 해로 국토그랜드디자인, 지방창생 등이 이 해에 시작되었습니다. 국토의 기조 또한 콤팩트+네트워크로 변경되었고요. 입지적정화계획도 이 중에 하나입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이 목표로 하고 있는 공간구조는 "다극 네트워크형"입니다.
다극 네트워크형은 현재의 도시 기능들이 집적되어 있는 거점들을 "상업·의료·복지 등이 모여있는 도시 중심거점", "슈퍼마켓, 의원 등이 집약된 생활거점" 등으로 구분/결정한 후 각 거점에 해당 기능의 시설과 주거지를 밀집시키고, 거점들을 도보망과 대중교통망으로 연결시키는 정책입니다.
오른쪽 개념도와 같이 다수의 거점, 공공교통축, 도보권으로 구성됩니다. 애칭으로는 떡꼬치형이라고도 불러요.
첫 번째 오해가 조금 풀리셨나요?
일본 도야마시 입지 적정화 계획_일극중심형과 다극 네트워크형의 차이
이러한 떡꼬치형 입지 적정화 계획을 통해 일본 정부는
1. 의료·복지·육아 지원·상업 등의 도시기능을 도시의 중심거점과 생활거점으로 집약시켜 생활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제공되는 도시공간,
2. 거점 주변과 대중교통의 연선에 주민들이 거주하도록 유도하여 거주자가 생활서비스를 쉽게 이용하면서, 인구가 밀집되어 생활서비스와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도시공간으로 전환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도야마시_입지적정화계획 구조
이처럼 생활서비스 기능을 집적시키고, 사람을 모으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서비스 시설 입지 확률이 80% 이상이 되는 인구 규모”인데요. 시설들은 일정 규모의 수요가 있어야 유지됩니다, 일본의 경우 음식점은 300명, 식료품 소매업 500명, 노인복지시설 4,000명의 수요자 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_생활서비스 시설 입지 확률이 80% 이상인 인구 규모
일본 총무성_ 생활서비스 시설 입지 확률이 80% 이상인 인구 규모
따라서 서비스 시설의 유지를 위해서는 인구들을 어떻게든 모아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고, 생활서비스 시설들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죠. 기존의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는 어떻게든 인구를 증가시키면 되었지만, 지금은 있는 인구를 모으고 모아서 겨우 집약시켜야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작은 도시일 수록 더 그렇겠죠?
인구 감소 시대에서 인구의 밀집은 서비스 시설의 유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특히 소도시, 읍, 면의 경우 인구가 분산되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당연한 생활서비스의 유지가 어려지죠. 우리나라도 버스 운영, 의원 등의 병원 유지 등이 어려운 지역들이 발생하고 있죠. 민간이 운영하는 가게들은 수익창출이 되지 않으니 당연히 철수하게 되겠죠? 모든 운영에는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세금을 내는 주요 층이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도시 공간에서 현재 수준의 생활서비스 수준을 누리기 위해서는 1인당 분담 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두 번째 오해, 압축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킨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을 수립할 때 필수적으로 지정해야 하는 구역은 “거주 유도구역”과 “도시기능 유도구역”이 있습니다. 두 구역은 앞 서 이야기한 입지적정화계획의 목표 2개와 일치하는데요.
거주 유도구역은 구역 내로 거주지를 유도·집적시켜 인구밀도를 유지시킴으로써 생활서비스와 지역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도시기능 유도구역은 거주 유도구역 내에 설정되는 구역으로 의료, 복지, 상업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시기능을 집약시켜 서비스의 효율적인 제공을 도모하는 구역입니다.
거주 유도구역은 시가화 구역 내에서 장래에도 양호한 거주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 도시기능을 유지·운영할 수 있는 거점성을 가진 지역을 우선 선정합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시의 중심거점 및 생활거점에 비교적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에 속하는 지역, 도시기능과 거주가 이미 일정 정도 집적되어 있는 구역이 주요 대상이 됩니다.
구역의 범위는 공공교통의 이용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구역 중 철도역으로부터 1km 또는 버스정류장으로부터 300m 범위로 설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구역 내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업, 의료, 복지 등의 복수의 시설이 도보권 내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가화 조정구역, 재해 위험구역, 농용 지구 구역, 농지, 자연 특별지역, 보안림 등은 거주 유도구역에서 제외합니다.
이 단어들만으로 오해를 받기 십상입니다. 거주를 유도한다고? 그럼 다 거기로 이사를 가야 하는 건가??
오해를 풀어드리자면 거주 유도구역 외에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거주를 원하신다면 거주하실 수 있습니다.
거주 유도구역은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거주 및 도시기능을 유도하는 정책을 행하고 있습니다.
즉, 구역 지정 후에는 거주 유도구역 내로의 신축행위에 인센티브를 주고, 거주 유도구역 외에서 일어나는 개발 및 건축행위는 엄중하게 심사하는 것이 입지 적정화 계획의 실행방안입니다. 실효성이 없어 보이시나요? 저는 오히려 40여 년이라는 긴 계획기간과 개발 및 건축행위의 관리라는 점이 느리지만 실질적인 도시공간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오해가 조금 풀리셨기를 바라봅니다.
일본 국토교통성_입지적정화계획 구역
오해도 풀리셨으니 계속 이야기해볼까요?
거주 유도구역 외에서 시행되는 개발 및 건축행위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개발 및 건축행위의 일정 규모가 넘으면 시·정·촌장에 의무적으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발 및 건축행위는 규모는 아래와 같아요.
<개발행위>
- 3호 이상의 주택을 건축할 목적인 개발행위
- 1호 또는 2호의 주택을 건축하는 개발행위로 그 규모가 1,000㎡이상
- 주택 이외에서 거주용으로 제공되는 건축물로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건축물이 건축되는 개발행위
(예를 들어 기숙사, 유료 노인홈 등)
<건축행위>
- 3호 이상의 주택을 신축하는 경우
- 거주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건축물로 조례가 정한 건축물 중 신축인 경우
- 건축물을 개축하거나 건축물 용도를 변경하여 주택 등이 되는 경우
개발 및 건축행위의 허가서를 제출하면 시·정·촌장이 검토하면 입지적정화계획의 실현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개발행위 등의 규모 축소, 거주 유도구역 내로의 이전 조정, 개발행위의 중지 등을 권고를 받습니다. 해당 개발행위가 입지적정화계획의 거주 유도 실현에 방해되지 않는 경우에는 개발행위 신청자에게 거주 유도구역에서 개발할 경우에 신청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주 유도구역에 대한 재정상, 금융상, 세제상의 지원정책 등은 입지적정화계획에 기재할 수 있고, 필요한 기금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집약 도시 형성사업, 도시기능 입지지원사업, 민도기구에 의한 금융지원, 사회자본정비종합교부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도시기능 유도구역은 거주 유도구역 중 도시계획 마스터플랜 등을 통해 도시 거점과 지역거점으로 명시되어 있는 곳을 설정하고, 각 구역별로 유도·집적하고 싶은 도시기능과 지원조치를 계획에 명시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구역 범위는 교통시설이나 거점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도보 또는 자전거 등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 정도를 지정하는데 주요 시설에서 1km 이하의 범위로 설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도야마시_입지적정화계획_도시기능 시설 유도 구분
계획에 명시된 유도 시설을 포함한 개발행위를 도시기능 유도구역 외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시·정·촌장의 허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발 및 건축행위는 아래와 같아요.
<개발행위>
- 유도시설을 포함한 건축물을 건축하는 개발행위 시행 시
<건축행위>
- 유도시설을 포함한 건축물을 신축하는 경우
- 건축물을 개축해 유도시설을 포함하는 건축물이 되는 경우
-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해 유도시설을 포함한 건축물로 하는 경우
지자체는 검토 후 신청내용이 입지적정화계획의 실현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개발행위 둥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도시기능 유도구역 내의 공유지, 나대지로의 위치 조정, 개발행위 중지 등을 통한 조정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방해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거주 유도구역과 마찬가지로 신청자에게 세제, 재정, 금융상의 지원조치 등의 관련 정보를 안내하여 도시기능 유도구역으로의 입지를 유도합니다.
필수로 지정해야 하는 구역 말고도, 주차장 배치 적정화구역, 나대지 등 관리구역, 거주 조정구역, 특별용도 제한구역 등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역들의 지정과 장기적 관리를 통해 도시공간을 축소하여 얻고자 하는 도시의 미래상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지하철, 도로망 등을 중심으로 거점와 거주지가 모이는 형태입니다.
도야마시_ 입지적정화계획 전후의 도시공간
그렇다면 입지 적정화 계획은 어느 정도의 위계를 가지고 있을까요?
일본에는 도시공간의 계획을 제시하는 상위계획인 "도시 마스터플랜"이 20년을 단위로 계획되고 있는데요. 입지적정화계획은 도시계획법에 의해 "시·정·촌의 도시 마스터플랜의 고도화"로 인정받는 법정 계획입니다. 40년이라는 계획기간을 가지고 수립되며 5년마다 재정비를 시행합니다. 도시 마스터플랜의 계획기간과 입지적정화계획의 계획기간 차이를 활용해 두 계획의 재검토 시에 공공교통의 재편, 계획 및 정책의 진행상황 등을 상호 검토하여 크로스 반영하는 등 유연한 정책 운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공공교통 활성화 계획, 지역 공공교통망 형성 계획 등도 재정비를 통해 상호보완을 하고 있습니다.
도야마시_입지적정화계획의 위계
입지적정화계획은 2022년 6월을 기준으로 626개 지자체에서 수립·검토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지자체들이 입지적정화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새로운 과제들이 발생하는데요. 구역 설정의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지자체의 권한으로 유도구역이나 시설의 설정 기준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간혹 행정구역 경계에 거주 유도구역 등을 설정해 인근 지자체 주민들의 방문/이주를 유도하는 등의 인구 쟁탈과 시설의 중복 투자 등을 시도하는 지자체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응하게 위해 임의사항이기는 하지만 다수의 지자체가 함께 만드는 광역적인 입지적정화 방침(이하, 광역 입지적정화방침)을 제시하고, 이를 근간으로 각 지자체가 입지적정화계획을 작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광역 입지적정화방침의 작성 시에는 복수의 도시들을 하나의 도시로 보고 현황을 검토한 후 기본구상, 기준, 도시기능을 위한 각 지자체의 역할, 유도구역, 유도 기능 등을 함께 설정해 도시권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점들이 요즘 논의되고 있는 메가시티와 연결이 되는데요. 광역 입지적정화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을 소개하지만 이게 정답이다!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도시는 많이 다르니까요.
다만, 우리도 40년이라는 장기적 시선으로, 끈질기게 유도하면서, 정치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도시공간을 줄여나가는 상위계획은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이야말로 생활서비스 유지를 위해 고안해 낸 인구감소 국가의 처절한 정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우리도 늦지않게 다이어트에 돌입했으면 좋겠네요.
토야마시 입지적정화계획, 토야마시
타테바야시도시권 광역입지적정화에 관한 기본방침, 다테바야시, 2017
입지적정화계획에 대한 예산 및 금융상의 지원조치 일괄, 일본 국토교통성, 2018
국토그랜드디자인2050 참고자료집, 국토교통성, 2014
광역연계가 곤란한 시정촌의 보완에 관한 연구회 보고서, 총무성, 2017
신국토형성계획, 국토교통성, 2015
제2차 국토형성계획 리플렛,국토교통성, 2015
도시공간에는 "사람"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간을 줄이는 급격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장기의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천천히 진행하는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정치인들이 외면하는 분야이죠. 오늘은 소개할 일본의 정책, 입지적정화계획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 핫했던 연구 주제였음에도 정책으로 발전하기보다는 연구 소재로만 계속 사용되고 있습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은 일본이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일본판 콤팩트시티(compact city) 정책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압축도시"인데요.
“콤팩트시티를 고민해보자”라고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흔히들 하는 오해가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 도시를 하나의 중심부로 확! 집약시켜서 고밀도로 개발하고 외곽을 텅 비운다는 오해!
둘째, 압축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킨다는 오해!입니다.
오늘 저는 입지적정화계획을 설명드리면서 이 두 가지 오해를 풀고, 도시공간의 다이어트 방법으로 고민해보시라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첫 번째 오해, 도시를 하나의 중심부로 확! 집약시켜서 고밀도로 개발하고 외곽을 텅 비운다? 를 풀어봅시다.
입지적정화계획은 일본에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되어 온 국토정책입니다. "2014년"은 일본이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국토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한 기점이 되는 해로 국토그랜드디자인, 지방창생 등이 이 해에 시작되었습니다. 국토의 기조 또한 콤팩트+네트워크로 변경되었고요. 입지적정화계획도 이 중에 하나입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이 목표로 하고 있는 공간구조는 "다극 네트워크형"입니다.
다극 네트워크형은 현재의 도시 기능들이 집적되어 있는 거점들을 "상업·의료·복지 등이 모여있는 도시 중심거점", "슈퍼마켓, 의원 등이 집약된 생활거점" 등으로 구분/결정한 후 각 거점에 해당 기능의 시설과 주거지를 밀집시키고, 거점들을 도보망과 대중교통망으로 연결시키는 정책입니다.
오른쪽 개념도와 같이 다수의 거점, 공공교통축, 도보권으로 구성됩니다. 애칭으로는 떡꼬치형이라고도 불러요.
첫 번째 오해가 조금 풀리셨나요?
이러한 떡꼬치형 입지 적정화 계획을 통해 일본 정부는
1. 의료·복지·육아 지원·상업 등의 도시기능을 도시의 중심거점과 생활거점으로 집약시켜 생활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제공되는 도시공간,
2. 거점 주변과 대중교통의 연선에 주민들이 거주하도록 유도하여 거주자가 생활서비스를 쉽게 이용하면서, 인구가 밀집되어 생활서비스와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도시공간으로 전환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생활서비스 기능을 집적시키고, 사람을 모으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서비스 시설 입지 확률이 80% 이상이 되는 인구 규모”인데요. 시설들은 일정 규모의 수요가 있어야 유지됩니다, 일본의 경우 음식점은 300명, 식료품 소매업 500명, 노인복지시설 4,000명의 수요자 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비스 시설의 유지를 위해서는 인구들을 어떻게든 모아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고, 생활서비스 시설들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죠. 기존의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는 어떻게든 인구를 증가시키면 되었지만, 지금은 있는 인구를 모으고 모아서 겨우 집약시켜야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작은 도시일 수록 더 그렇겠죠?
인구 감소 시대에서 인구의 밀집은 서비스 시설의 유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특히 소도시, 읍, 면의 경우 인구가 분산되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당연한 생활서비스의 유지가 어려지죠. 우리나라도 버스 운영, 의원 등의 병원 유지 등이 어려운 지역들이 발생하고 있죠. 민간이 운영하는 가게들은 수익창출이 되지 않으니 당연히 철수하게 되겠죠? 모든 운영에는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세금을 내는 주요 층이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도시 공간에서 현재 수준의 생활서비스 수준을 누리기 위해서는 1인당 분담 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두 번째 오해, 압축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킨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을 수립할 때 필수적으로 지정해야 하는 구역은 “거주 유도구역”과 “도시기능 유도구역”이 있습니다. 두 구역은 앞 서 이야기한 입지적정화계획의 목표 2개와 일치하는데요.
거주 유도구역은 구역 내로 거주지를 유도·집적시켜 인구밀도를 유지시킴으로써 생활서비스와 지역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도시기능 유도구역은 거주 유도구역 내에 설정되는 구역으로 의료, 복지, 상업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시기능을 집약시켜 서비스의 효율적인 제공을 도모하는 구역입니다.
거주 유도구역은 시가화 구역 내에서 장래에도 양호한 거주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 도시기능을 유지·운영할 수 있는 거점성을 가진 지역을 우선 선정합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시의 중심거점 및 생활거점에 비교적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에 속하는 지역, 도시기능과 거주가 이미 일정 정도 집적되어 있는 구역이 주요 대상이 됩니다.
구역의 범위는 공공교통의 이용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구역 중 철도역으로부터 1km 또는 버스정류장으로부터 300m 범위로 설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구역 내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업, 의료, 복지 등의 복수의 시설이 도보권 내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가화 조정구역, 재해 위험구역, 농용 지구 구역, 농지, 자연 특별지역, 보안림 등은 거주 유도구역에서 제외합니다.
이 단어들만으로 오해를 받기 십상입니다. 거주를 유도한다고? 그럼 다 거기로 이사를 가야 하는 건가??
오해를 풀어드리자면 거주 유도구역 외에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거주를 원하신다면 거주하실 수 있습니다.
거주 유도구역은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거주 및 도시기능을 유도하는 정책을 행하고 있습니다.
즉, 구역 지정 후에는 거주 유도구역 내로의 신축행위에 인센티브를 주고, 거주 유도구역 외에서 일어나는 개발 및 건축행위는 엄중하게 심사하는 것이 입지 적정화 계획의 실행방안입니다. 실효성이 없어 보이시나요? 저는 오히려 40여 년이라는 긴 계획기간과 개발 및 건축행위의 관리라는 점이 느리지만 실질적인 도시공간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오해가 조금 풀리셨기를 바라봅니다.
오해도 풀리셨으니 계속 이야기해볼까요?
거주 유도구역 외에서 시행되는 개발 및 건축행위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개발 및 건축행위의 일정 규모가 넘으면 시·정·촌장에 의무적으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발 및 건축행위는 규모는 아래와 같아요.
<개발행위>
- 3호 이상의 주택을 건축할 목적인 개발행위
- 1호 또는 2호의 주택을 건축하는 개발행위로 그 규모가 1,000㎡이상
- 주택 이외에서 거주용으로 제공되는 건축물로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건축물이 건축되는 개발행위
(예를 들어 기숙사, 유료 노인홈 등)
<건축행위>
- 3호 이상의 주택을 신축하는 경우
- 거주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건축물로 조례가 정한 건축물 중 신축인 경우
- 건축물을 개축하거나 건축물 용도를 변경하여 주택 등이 되는 경우
개발 및 건축행위의 허가서를 제출하면 시·정·촌장이 검토하면 입지적정화계획의 실현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개발행위 등의 규모 축소, 거주 유도구역 내로의 이전 조정, 개발행위의 중지 등을 권고를 받습니다. 해당 개발행위가 입지적정화계획의 거주 유도 실현에 방해되지 않는 경우에는 개발행위 신청자에게 거주 유도구역에서 개발할 경우에 신청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주 유도구역에 대한 재정상, 금융상, 세제상의 지원정책 등은 입지적정화계획에 기재할 수 있고, 필요한 기금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집약 도시 형성사업, 도시기능 입지지원사업, 민도기구에 의한 금융지원, 사회자본정비종합교부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도시기능 유도구역은 거주 유도구역 중 도시계획 마스터플랜 등을 통해 도시 거점과 지역거점으로 명시되어 있는 곳을 설정하고, 각 구역별로 유도·집적하고 싶은 도시기능과 지원조치를 계획에 명시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구역 범위는 교통시설이나 거점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도보 또는 자전거 등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 정도를 지정하는데 주요 시설에서 1km 이하의 범위로 설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계획에 명시된 유도 시설을 포함한 개발행위를 도시기능 유도구역 외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시·정·촌장의 허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발 및 건축행위는 아래와 같아요.
<개발행위>
- 유도시설을 포함한 건축물을 건축하는 개발행위 시행 시
<건축행위>
- 유도시설을 포함한 건축물을 신축하는 경우
- 건축물을 개축해 유도시설을 포함하는 건축물이 되는 경우
-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해 유도시설을 포함한 건축물로 하는 경우
지자체는 검토 후 신청내용이 입지적정화계획의 실현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개발행위 둥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도시기능 유도구역 내의 공유지, 나대지로의 위치 조정, 개발행위 중지 등을 통한 조정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방해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거주 유도구역과 마찬가지로 신청자에게 세제, 재정, 금융상의 지원조치 등의 관련 정보를 안내하여 도시기능 유도구역으로의 입지를 유도합니다.
필수로 지정해야 하는 구역 말고도, 주차장 배치 적정화구역, 나대지 등 관리구역, 거주 조정구역, 특별용도 제한구역 등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역들의 지정과 장기적 관리를 통해 도시공간을 축소하여 얻고자 하는 도시의 미래상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지하철, 도로망 등을 중심으로 거점와 거주지가 모이는 형태입니다.
도야마시_ 입지적정화계획 전후의 도시공간
그렇다면 입지 적정화 계획은 어느 정도의 위계를 가지고 있을까요?
일본에는 도시공간의 계획을 제시하는 상위계획인 "도시 마스터플랜"이 20년을 단위로 계획되고 있는데요. 입지적정화계획은 도시계획법에 의해 "시·정·촌의 도시 마스터플랜의 고도화"로 인정받는 법정 계획입니다. 40년이라는 계획기간을 가지고 수립되며 5년마다 재정비를 시행합니다. 도시 마스터플랜의 계획기간과 입지적정화계획의 계획기간 차이를 활용해 두 계획의 재검토 시에 공공교통의 재편, 계획 및 정책의 진행상황 등을 상호 검토하여 크로스 반영하는 등 유연한 정책 운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공공교통 활성화 계획, 지역 공공교통망 형성 계획 등도 재정비를 통해 상호보완을 하고 있습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은 2022년 6월을 기준으로 626개 지자체에서 수립·검토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지자체들이 입지적정화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새로운 과제들이 발생하는데요. 구역 설정의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지자체의 권한으로 유도구역이나 시설의 설정 기준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간혹 행정구역 경계에 거주 유도구역 등을 설정해 인근 지자체 주민들의 방문/이주를 유도하는 등의 인구 쟁탈과 시설의 중복 투자 등을 시도하는 지자체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응하게 위해 임의사항이기는 하지만 다수의 지자체가 함께 만드는 광역적인 입지적정화 방침(이하, 광역 입지적정화방침)을 제시하고, 이를 근간으로 각 지자체가 입지적정화계획을 작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광역 입지적정화방침의 작성 시에는 복수의 도시들을 하나의 도시로 보고 현황을 검토한 후 기본구상, 기준, 도시기능을 위한 각 지자체의 역할, 유도구역, 유도 기능 등을 함께 설정해 도시권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점들이 요즘 논의되고 있는 메가시티와 연결이 되는데요. 광역 입지적정화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을 소개하지만 이게 정답이다!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도시는 많이 다르니까요.
다만, 우리도 40년이라는 장기적 시선으로, 끈질기게 유도하면서, 정치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도시공간을 줄여나가는 상위계획은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이야말로 생활서비스 유지를 위해 고안해 낸 인구감소 국가의 처절한 정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우리도 늦지않게 다이어트에 돌입했으면 좋겠네요.
토야마시 입지적정화계획, 토야마시
타테바야시도시권 광역입지적정화에 관한 기본방침, 다테바야시, 2017
입지적정화계획에 대한 예산 및 금융상의 지원조치 일괄, 일본 국토교통성, 2018
국토그랜드디자인2050 참고자료집, 국토교통성, 2014
광역연계가 곤란한 시정촌의 보완에 관한 연구회 보고서, 총무성, 2017
신국토형성계획, 국토교통성, 2015
제2차 국토형성계획 리플렛,국토교통성, 2015